이념의 시대는 끝났다. 아니 끝난 정도가 아니라 사라진지 아주 오래 됐다. 당연히 좌파는 없고 좌파의  또 다른 표현으로 쓰이는 진보도 없다. 마찬가지로 우파도 없고 보수도 없다.

없으면 없는 것이다. 거기에 굳이 사족을 달아 여기서 좌파라는 말은 어쩌고 저쩌고...여기서 우파라는 말은 어쩌고 저쩌고...하는 건 이마 '사어'가 된 언어를 현재 사용하는 말로 해석해서 써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없으면 '없다'라고 쓰면 그뿐이다.

그럼에도 이 말을 사용하게 되면 언어의 지배를 받는 우리의 사고는 좋든 싫든 '없는 것'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아무리 사족을 달아 보충을 해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에 대해 어떤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한다면 새로 이름을 만들면 된다. '상식파'라고 만들어 이름 붙이고 이에 반대 되면 '몰상식파'라고 이름 붙이면 된다. 적확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적확하고 정확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사라진 말들을 꺼내서 쓰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교훈을 주는 한 예가 있다. 북한에서 쓰는 전술 중에 '용어 혼란 전술'이란 것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에 붙여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이 어쨌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북한에 대해서 최소한 그 '민주주의'가 그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매번 해야 하고, 이는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매우 수고롭고 짜증이 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자칫 민주주의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의 경우 정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쓰는 말을 이렇게 '해체'하기도 바쁜데, 굳이 스스로 그 말을 반복적으로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차라리 좌파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우리'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우리 스스로 부르기에 적당하고 명확한 개념의 용어를 생각해 보고 그것에 기초하여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대안'이라고 하는 것에 도달하는데 있어서도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뱀발.

보수 언론이 아니라 '수구' 언론이다. 좌파나 진보가 아니라 '민주세력'이 적확하다. 친일파는 훨씬 더 다양한 분류가 필요하다. 단순친일파, 적극친일파, 친일매국노 등등...

또한 보수가 아니라 '극우'. 혹은 '시대착오적 극우'라고 해도 좋다. '이념 주의 세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기회주의파'. '철새', '일신영달파', '몰상식', '몰염치', 일부 '묻지마파'도 있다.

언뜻 웃음이 나오는 말들 같지만 '강부자' '고소영'이 그 표현의 '적확함' '참신함'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사실관계를 효율적으로 알려줬는지를 생각해 보면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서울역 광장에 100만 명이 모이면 100만 명만이 개념을 파악하지만, 누군가 한마디 적확하고 참신한 용어를 생산해 내면 전국의 수천만 국민이 개념을 파악한다.


찬돌  2009.11.20 01:26

극우는 있는데 좌파는 없다
수구는 있는데 진보는 없다
민주는 있는데 이념은 없다

피디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으나
이러한 개념혼란이나 개념에 대한 오용이 자칫 개념을 질식시키는 건 아닌지
어쩌면 수구언론이 바라는 바일 수도

 
madhyuk 2009.11.20 06:51
   
수구언론이 바라는 바는 현상유지라 봅니다
좌파가 없고 진보가 없으면-개념상으로-당황할 이는 우리가 아니라 수구언론이 아닐까요
질식 될 이는 극우와 수구고요.

많은 이들은 '좌파'가 아니기에 좌파로 단결하지 않으며 '진보' 역시 아니기도 진보로 단결하지도 않습니다.
촛불처럼 상식으로 단결하고 mb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몰상식에 반대하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자유주의적 '보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보수'라는 개념을 극우나 수구가 가져다가 써버리는 바람에 어쩌다가 '좌파' '진보'가 되어 버렸죠.

그런데 문제는 '좌파' '진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좌파와 진보처럼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투표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보수'도 될 수 없는 붕 뜬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러니 구심점이 될만한 '용어'가 없는 셈이고 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죠.
당연히 특정한 '이슈'가 있을 때만 이합집산을 할 뿐 상시적으로 느끼는 '연대감'이 형성되지 않고 자꾸 분열하게 된다고 봅니다.

더구나 자신을 '보수'라고 믿는 이들은 좋든 싫든 '수구나 극우'쪽 밖에는 선택할 여지가 없어지고, 얼결에 준거 집단을 엉뚱한 곳에 두기도 하고요.

이렇게 볼 때 '개념'은 이미 질식이 되어 있죠. 아니 질식되어 죽은지 아주 오래됐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그 때 죽은 '개념' '좌파' '진보'가 아니라 자유주의 보수이며, 극우와 수구가 그 자리를 뺐고 테러리스트로 매도한 '김 구' 선생 같은 분들이죠. 


찬돌 2009.11.20 23:32

우선은 개념의 혼란이나 나아가 질식상태라는 데 서로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를 바라는 것이 수구언론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이러한 수구언론의 프레임에 놀아나는 이른바 '진보'에 대한 안타까움도 공유하는 것 같구요

그렇다면 이런 개념의 혼란이나 질식상태를 바로잡거나 벗어나는 일이 필요한데
피디님이 주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여겨집니다.
그런 가운데 자칫 또다른 개념의 혼란을 보는 것같아 지적한 것이구요

극우란 개념을 쓸려면 상대적으로 우나 좌나 극좌란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 까요
그렇다고 수구란 개념에 대하여 그 대칭에 서있는 개념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구요
또 상식과 몰상식이란 접근도 이를 개념화 할 수 있을지
적어도 정치적 사회적 큰 틀로서의 접근이라면 민주 또는 반민주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다시 민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는데
민주를 이념적 잣대와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있을지
설사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왜 이념을 떼어내야 하는지
오히려 '이념'에 대한 저쪽 (수구세력, 정확히는 수구반동이 되겠지만, 이런 표현 좋아하지 않으시겠지요)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어쨌든 스스로를 또는 다수 대중을 '자유주의 보수'라 지칭했을 때 자유주의 보수에 대한 적확하고 현실적인 개념의 정립이나 저쪽으로부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디님의 안간힘이라 할 때 여전히 개념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이의 현실적 적용은 중요하다고 봐집니다

뱀발, 용어에 집착하거나 논리적인 설전을 펼 생각은 아니구요. 갑갑한 현실에 대한 해석을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madhyuk  2009.11.21 00:20

수구란 개념의 대칭점에는 '보수'가 존재하는 것이 '좌파' '진보'가 존재하는 것보다 그 프레임을 해체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게 요지입니다.
그래서 자유주의 보수라는 개념이 해법이라는 거고요.

사실 별로 새로운 얘기라 할 수도 없습니다. 제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우리 역사 속에 이미 해답이 나와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용어 이전에 다수의 대중이 '자유주의 보수'라는 사실입니다. 그게 fact, 그건 어떻게 보느냐 마느냐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라 봅니다. 좋든 싫든 인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 현실을 제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문제는 그저 제 취향일 뿐이라 봅니다. 갑갑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수 밖에요...


원문 http://blog.daum.net/jisike/7892629 [김진혁PD e야기]


Posted by 아프로만 노하우업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